안녕하세요 에피소드 의원 수석원장 박근희입니다.
지난 글에서는 멜라닌이 무엇인지, 피부에 색소가 생기는 이유와 기미를 비롯한 다양한 색소 질환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이렇게 생긴 색소의 치료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색소 치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레이저일 텐데요.
막상 레이저 시술을 알아보면 정말 다양한 장비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레이저의 기본 원리부터 병변의 종류에 따른 레이저 선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에피소드에서 색소 치료에 쓰는 다양한 레이저들
1. 레이저 치료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개념
먼저 이 글에서 계속 나오는 용어 여섯 가지입니다.
1) 빛의 파장과 매질
파장은 빛이 파동 형태로 진행할 때, 파동의 한 지점에서 다음에 같은 지점까지의 거리입니다.
쉽게 말하면 빛의 파동이 한 번 반복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나노미터(nm) 단위로 나타내며, 1nm는 10억분의 1m입니다.
가시광선은 380~750nm. 755nm 알렉산드라이트와 1064nm 엔디야그는 그 바깥(적외선)에 있습니다
레이저의 파장은 빛을 만들어 내는 매질에 따라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엔디야그는 1064nm, 알렉산드라이트는 755nm, 루비는 694nm 파장을 사용합니다.
엔디야그 레이저의 경우 KTP 결정을 이용해 원래의 1064nm 파장을 532nm로 변환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532nm처럼 짧은 파장은 표재성 색소 치료에 활용되고, 1064nm처럼 긴 파장은 상대적으로 깊은 조직까지 도달하는 데 유리합니다.
파장이 길수록 깊이 들어갑니다 (개념도)
레이저는 파장에 따라 피부 조직에 흡수되는 정도와 침투 깊이가 달라지므로, 치료하려는 색소의 종류와 위치에 따라 적합한 레이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의 장비에서 두 가지 이상의 파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젠틀맥스 프로 플러스는 755nm와 1064nm를, 레블라이트SI는 532nm와 1064nm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치료하려는 병변의 종류에 따라 적절한 파장을 선택해서 적용하게 됩니다.
2) 발색단
앞에서는 멜라닌 색소를 표적으로 하여 병변의 깊이에 맞는 레이저 파장을 선택하는 방법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레이저는 침투하고자 하는 깊이에 따라 파장을 선택할 뿐 아니라, 치료하려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파장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개념이 바로 발색단입니다.
발색단은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물질을 말하며, 멜라닌 색소 외에도 헤모글로빈과 문신 잉크 등이 발색단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멜라닌, 산화 헤모글로빈, 물이 파장별로 흡수하는 정도 (개념도)
멜라닌은 색소 치료와 제모에서 표적이 되는 발색단입니다.
모낭에 존재하는 멜라닌이 레이저 에너지를 흡수하면 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털의 성장이 억제됩니다
헤모글로빈은 혈액 속 적혈구에 들어 있는 물질로, 혈관 레이저 치료의 주요 표적입니다.
헤모글로빈이 레이저 에너지를 흡수하면 열이 발생하고 혈관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홍조나 피부에 비쳐 보이는 혈관, 혈관종과 같은 혈관 병변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레이저는 문신 제거에도 사용됩니다.
문신 잉크는 색상에 따라 빛을 흡수하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잉크의 색에 맞게 파장을 선택하게 됩니다.
레이저를 조사하여 잉크 입자에 에너지를 전달해 입자를 잘게 부수고, 이후 체내에서 제거되도록 유도합니다.
잉크 색마다 잘 흡수하는 파장이 다릅니다 (개념도)
이처럼 레이저 치료에서는 먼저 치료하려는 병변을 진단하고, 어떤 발색단을 표적으로 삼는지, 어느 깊이까지 침투해야하는지를 고려해 적절한 파장의 레이저를 선택하게 됩니다.
3) 펄스폭
같은 파장의 레이저라도 빛을 얼마나 짧게 또는 길게 조사하느냐에 따라 피부에 전달되는 에너지와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롱펄스(Long-pulse) 레이저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빛을 조사해 열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열은 표적 조직의 온도를 높여 치료 반응을 일으키며, 이를 광열효과라고 합니다.
이는 색소 치료뿐 아니라 혈관성 병변 치료나 제모에도 사용됩니다.
큐스위치(Q-switched) 레이저는 짧은 시간에 높은 에너지를 집중해 조사하는 기술입니다.
주로 나노초 단위의 펄스폭을 사용하며, 색소 입자에 열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광음향효과를 통해 색소를 잘게 분쇄합니다.
피코초(Picosecond) 레이저는 나노초보다 1,000배 짧은 피코초 단위로 레이저를 조사합니다.
짧은 펄스폭으로 열 확산을 줄이고, 강한 광음향, 광기계적 작용을 통해 색소를 미세하게 분해합니다.
비유하자면 큐스위치 레이저는 색소 입자를 자갈처럼 비교적 큰 조각으로 부수고, 피코 레이저는 모래처럼 더욱 미세하게 분해합니다.
(광열효과와 광음향효과, 광기계적 효과 등 레이저 원리는 아래에 더 자세한 설명이 있어요!)
4) 에너지 밀도와 스팟 사이즈
에너지 밀도는 레이저가 일정한 면적에 전달하는 에너지의 양으로, 일반적으로 J/cm² 단위로 나타냅니다.
쉽게 말해 피부의 일정한 면적에 얼마나 많은 레이저 에너지가 전달되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면 표적 조직에 더 많은 에너지가 전달되어 반응이 강해질 수 있지만, 무조건 높다고 치료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높은 에너지는 주변 조직에 손상을 주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색소의 종류와 깊이, 피부 상태에 맞춰 적절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스팟 사이즈는 레이저가 피부에 조사되는 면적의 크기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스팟 사이즈가 커지면 피부 표면에서 빛의 산란으로 손실되는 에너지의 비율이 줄어들어, 레이저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깊은 조직까지 도달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스팟 사이즈가 작으면 좁은 부위에 레이저를 조사하기에 유리해 작은 병변이나 특정 부위를 치료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밀도와 스팟 사이즈는 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에너지를 사용하더라도 조사 면적이 달라지면 단위 면적에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레이저 치료는 적절한 펄스폭과 에너지 밀도, 스팟 사이즈를 선택하여 원하는 반응을 유도하는 과정입니다.
같은 색소 병변이라도 환자마다 치료 설정이 달라질 수 있고, 같은 환자라도 피부 상태나 치료 경과에 따라 파라미터를 조절하게 됩니다.
2. 레이저 치료의 원리
여기까지 레이저 치료에 대한 기본 개념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레이저 빛이 피부에 흡수된 뒤에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레이저는 빛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조직에 반응을 일으키기도 하고, 짧은 시간에 에너지를 전달해 압력파와 같은 기계적인 효과를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이러한 차이를 중심으로 선택적 광열분해와 광음향, 광기계적 효과 등 레이저 치료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선택적 광열분해
레이저 빛이 피부 조직에 흡수되면 빛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조직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이를 광열 효과(photothermal effect)라고 합니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여러 레이저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멜라닌 색소나 혈관처럼 특정한 표적에 열에너지를 전달합니다.
그런데 레이저가 목표로 하는 색소에 흡수되어 열을 발생시키더라도, 발생한 열이 주변 조직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목표 조직에 충분한 반응을 일으키면서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러한 원리를 선택적 광열분해(Selective photothermolysis)라고 합니다.
선택적 광열분해가 이루어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먼저 치료하려는 표적이 잘 흡수하는 파장을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에 표적 조직에 충분한 에너지를 전달하면서 주변 조직으로 열이 확산되는 것을 줄일 수 있도록 펄스폭과 에너지를 조절해야 합니다.
(기본 개념 파트에서 설명한 것들은 선택적 광열분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했던 거랍니다.)
색소 치료에서는 멜라닌 색소가 주요 표적이 됩니다.
색소가 표피에 있는지 진피에 있는지, 색소의 크기와 특성이 어떤지에 따라 적절한 파장과 조사 조건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큐스위치 엔디야그 레이저는 색소 병변 치료에 활용되며, 장비와 설정에 따라 선택적 광열분해 원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색소 레이저가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특히 피코 레이저처럼 광음향, 광기계적 효과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비도 있습니다.
2) 열 이완 시간 TRT
선택적 광열분해를 이해할 때 함께 살펴보면 좋은 용어가 TRT(Thermal Relaxation Time, 열 이완 시간)입니다.
TRT는 레이저 에너지를 흡수해 가열된 표적 조직에서 열이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식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TRT는 표적의 크기와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작은 색소 입자처럼 표적이 작을수록 TRT가 짧고, 큰 조직일수록 TRT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적절한 펄스폭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택적 광열분해에서는 일반적으로 펄스폭이 표적의 TRT와 같거나 짧아야 한다(PD ≤ TRT)는 원칙을 적용합니다.
레이저 에너지를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해 표적의 온도를 충분히 높이고, 열이 주변 조직으로 넓게 확산되기 전에 표적에 원하는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입니다.
반대로 펄스폭이 표적의 TRT보다 지나치게 길면 열이 주변 조직으로 퍼질 시간이 많아져 주변 조직의 열 손상이 커질 수 있습니다.
3) 선택적 광열분해의 확장이론
색소 치료에서는 표적에 발생한 열이 주변 조직으로 지나치게 퍼지지 않도록 해 정상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선택적 광열분해의 확장 이론에서는 열이 주변으로 전달되는 특성을 오히려 치료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제모와 혈관 레이저 치료입니다.
빛을 흡수하는 발색단과 실제로 치료하려는 조직이 일치하지 않고, 발색단에서 발생한 열을 주변의 치료 표적까지 전달해 원하는 반응을 유도합니다.
제모 레이저는 모발과 모낭에 존재하는 멜라닌에 에너지를 전달합니다.
멜라닌이 빛을 흡수해 열이 발생하면, 이 열이 주변으로 전달되어 모낭의 모발 생성에 관여하는 조직에 영향을 줍니다.
즉, 빛을 흡수하는 발색단인 멜라닌과 실제로 손상시키려는 조직 사이에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혈관 레이저도 비슷합니다.
이때 빛을 흡수하는 발색단은 혈액 속의 헤모글로빈이며, 헤모글로빈이 레이저 에너지를 흡수하면 열이 발생합니다.
이 열이 혈관벽으로 전달되면서 혈관에 손상을 유도하거나 혈관을 응고시키는 방식으로 치료 효과를 냅니다.
이처럼 제모와 혈관 치료에서는 발색단이 흡수한 에너지가 열로 전환된 뒤 주변의 치료 표적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발색단과 표적 조직 사이의 거리, 열이 전달되는 시간, 주변 조직의 특성에 따라 치료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광음향효과와 광기계적 효과
앞서 설명한 선택적 광열분해가 주로 열을 이용해 표적 조직에 반응을 일으키는 원리라면, 레이저 에너지를 매우 짧은 시간에 전달할 때는 다른 반응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광음향효과(photoacoustic effect)와 광기계적 효과(photomechanical effect)입니다.
광음향효과는 색소가 레이저 빛을 흡수한 뒤 매우 빠르게 가열되고 팽창하면서 압력파를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이 압력파는 색소 입자에 기계적인 힘을 전달해 색소를 잘게 분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열을 이용해 표적을 손상시키는 방식과 달리, 짧은 시간에 발생한 압력 변화와 기계적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광기계적 효과는 레이저 에너지가 표적에 빠르게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팽창과 압력, 충격파 등의 기계적인 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광음향효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두 용어가 완전히 별개의 현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광음향효과가 빛의 흡수로 발생한 압력파에 초점을 맞춘 표현이라면, 광기계적 효과는 그 압력과 충격 등이 표적에 일으키는 기계적 작용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색소 치료나 문신 제거에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피코초 레이저는 펄스폭이 매우 짧아 색소에 에너지를 빠르게 전달하며, 광음향, 광기계적 반응을 통해 색소 입자를 분해하는 데 활용됩니다.
5) 응력 이완 시간 SRT
광음향효과와 광기계적 효과를 이해할 때는 SRT(Stress Relaxation Time, 응력 이완 시간)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TRT가 열이 주변으로 확산되는 시간과 관련된 개념이라면, SRT는 레이저 조사로 발생한 압력과 기계적 응력이 표적 내부에서 전달되고 완화되는 시간과 관련이 있습니다.
레이저 에너지가 색소에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흡수되면 색소는 빠르게 가열되고 팽창합니다.
이때 발생한 압력이 주변으로 전달되면서 압력파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요.
에너지가 전달되는 시간이 SRT보다 짧으면 압력이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전에 표적 내부에 빠르게 형성될 수 있어 광음향 반응을 유도하는 데 유리합니다.
이를 응력 구속(stress confinement)이라고 합니다.
3. 요약
길게 적어봤지만, 결국 환자분들께 설명드릴 때는 아래처럼 요약해서 말씀드리게 됩니다.
레이저는 빛을 피부에 조사해 색소가 빛을 흡수하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거나,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압력으로 색소 입자를 잘게 부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환자마다 색소의 종류와 깊이, 피부 상태를 살펴 적합한 레이저 장비를 선택하고, 에너지 밀도와 조사 면적 등의 파라미터를 결정합니다.
이후 실제 피부 반응과 치료 경과를 확인하면서 조절해 나갑니다.
4. 마치며
레이저 치료에 대해 최대한 쉽게 풀어 설명해 보았는데, 잘 이해되셨을까요?
낯선 용어가 많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겠지만, 이번 글이 레이저 치료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인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와 레이저 외에 색소 치료에 활용되는 방법들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색소 치료를 받으면서 한 번쯤 궁금하셨을 만한 질문들도 함께 다뤄볼 예정이니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