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인상을 위해, 혹은 위생적인 이득을 위해, 혹은 저마다의 다른 이유를 위해, 남녀노소 불문 제모 시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입니다. 이렇게 수요가 높았던 적이 있나 싶기도 한데요.. 누구나 처음에는 면도나 왁싱부터 시도해보지만, 이런 방법들의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결국 레이저 제모에 정착하게 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장님들께서도 체감하시겠지만, 사람마다 정말 시술 결과가 차이가 큽니다.. 물론 피시술자의 compliance와 후관리 여부 등 다른 요인들도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시술자 factor 또한 무시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EBD 리프팅과 마찬가지로 제모는 easy to start, hard to master라고 생각하는데, 공장형 병원에서야 파라미터 설정부터 효과보다는 안전 지향, 아니 사실 극도로 안전 지향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모란 무엇이고 어떤 원리로 어떤 효과를 노리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횟수를 줄이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까 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셨을까 싶은데요. (셀프 제모만 200번 넘게 해본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제가 탐구한 바를 한 번 나눠볼까 합니다.
이전에 저희 대표원장님께서 쓰신 글들에서 기본적인 제모 관련 이론 얘기는 다루었지만, audience를 원장님들로 생각하고 조금 더 깊게 몇몇 사항들을 파고들어보고자 합니다.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을 검증해보고자 하는데요. 1편의 주제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Q. 제모 레이저의 타겟은 무엇인가? (과연 오직 bulge만이?)
후술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전통적으로는 bulge의 follicular stem cell이 제모의 최종적인 치료 타겟으로 여겨져 왔는데, 실제 임상적 영구 감모가 반드시 bulge stem cell의 직접적인 파괴를 의미하는지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털이 타겟이 아니라 모낭이다!” 정도로 지나치게 단순화된 정의만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레이저 제모의 원리를 조금 더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저가 무엇에 흡수되고, 실제로 어떤 구조가 손상되어야 장기적인 모발 감소가 일어나는지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관련 해부학과 이론을 간단히 짚고 가겠습니다.
[해부학 설명 (관심 없는 분들은 skip..)]
(참고로 모낭 생물학의 상당 부분은 mouse 모델에서 밝혀진 것이라, 아래 모식도들 중 일부도 mouse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Compartment 구성 자체는 사람과 같지만 크기, 주기 길이, 일부 마커 발현에는 종간 차이가 있어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그때그때 짚겠습니다..)
모발은 크게 밖으로 보이는 모간(hair shaft)과 이를 만들어내는 부속기인 모낭(hair follicle)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모낭은 해부학적으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누두부(infundibulum), 협부(isthmus), 하부(inferior segment)입니다. 중요한 구조물들만 짚어보자면..

협부, 즉 피지선 개구부부터 arrector pili m. 부착부에 이르는 구간에서 outer root sheath의 가장 바깥층에 해당하는 영역이 bulge로 정의됩니다. (다만 사람의 anagen 모낭에서는 이 부위에 형태학적으로 뚜렷한 돌출이 관찰되지는 않습니다..) 이곳에는 모낭의 재생에 중요한 follicular epithelial stem cell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상피 줄기세포는 물론이고, 이 부위에 함께 존재하는 melanocyte stem cell 역시 비색소성(amelanotic) 상태입니다. 즉 bulge는 그 자체로 색소를 거의 갖지 않는 compartment인 셈입니다. (amelanotic하다는 게 나중에 중요..)
이어서 하부는 anagen 모낭의 주요 부분인데,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모구(hair bulb)라는 둥근 형태의 구조를 형성합니다. Bulb 안쪽으로는 혈관이 풍부한 결합조직인 진피유두(dermal papilla)가 돌출되어 있고, 진피유두는 모발의 성장과 기능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또 Bulb에는 기질세포(matrix cells)가 존재하는데, 이 세포들은 anagen 동안 활발하게 증식하면서 모발을 실제로 만들어냅니다. 마지막으로 진피유두 주변에는 진피초(dermal sheath)가 존재하며, 이곳의 전구세포(progenitor cell) population은 진피유두의 재생과 모낭의 재생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모낭에는 단순히 털을 만드는 한 덩어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matrix는 실제 모발 생성에 관여
dermal papilla는 성장 신호와 조절에 관여
bulge의 stem-cell compartment는 모낭의 재생에 관여
이렇게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여러 세포 집단과 구조물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모낭의 성장 주기[anagen → catagen → telogen → (반복…)]가 결정됩니다.

[이제 관련 이론(선택적 광열분해 확장 이론) 설명..]
전통적인 레이저 제모의 원리를 설명할 때에는 이 가운데 특히 bulge의 follicular stem cell이 최종적인 치료 타겟이라는 개념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실제로 레이저 에너지를 직접 흡수시키는 1차적인 발색단(chromophore)은 멜라닌(melanin)입니다. 멜라닌은 주로 hair shaft와 anagen hair bulb의 melanogenic compartment에 존재하는데, 반대로 우리가 최종적인 치료 타겟이라고 생각해 온 bulge의 stem-cell compartment는 아까 비색소성 구조(amelanotic)라고 했지요? ㅎㅎ..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둬야 하는 건,
발색단과 therapeutic target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건 레이저 제모를 이해할 때 상당히 중요한데, 레이저가 melanin에 흡수되면서 발생한 열이 반드시 그 자리에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조직으로 확산되면서 인접한 비색소성 구조물에도 thermal injury를 일으킬 수 있는 게 포인트입니다. 단순히 “melanin이 있는 곳이 파괴된다”만으로는 제모의 장기적인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털이 타서 날라가서 안 나오는 거다" 하면 안 된다 이거에요..
예를 들어 matrix가 손상되면 현재 anagen hair의 생산은 중단될 수 있지만, follicular regenerative compartment가 보존되어 있다면 이후 새로운 hair cycle에서 모낭이 다시 기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bulge의 stem-cell compartment까지 손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발색단에서 발생한 열이 비색소성 target까지 확산되는 과정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존의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selective photothermolysis)’을 확장해서 생각할 필요가 생긴 겁니다.
기존의 ‘선택적 광열분해 이론’은 기본적으로 target을 선택적으로 가열하면서 주변 조직으로의 열확산을 최소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색소레이저 처음 공부할 때 줄기차게 보게 되는 상식.. 즉 target의 TRT(thermal relaxation time, 열이완시간)와 펄스폭(pulse duration)의 관계가 중요한 개념입니다. 하지만 실제 biological target은 균일하게 색소가 분포한 단순한 구조가 아닌데, 특히 레이저 제모에서는 melanin-containing hair structure와 실제로 손상시키고자 하는 follicular structure가 서로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발색단에서 발생한 열이 주변의 비색소성 구조까지 확산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러한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Altshuler et al.이 ‘선택적 광열분해 확장 이론(extended theory of selective photothermolysis)’을 제시합니다. 이 논문의 핵심 주장은, 색소가 비균일하게 분포한 구조에서 색소 부위와 실제 타겟이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는 색소 부위의 온도 상승은 제한하면서, 색소 부위로부터 타겟 부위로의 열확산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target 자체의 TRT만 보는 게 아니라, 가열된 pigmented hair에서 주변의 비색소성 target까지 열이 전달되는 과정과 그에 필요한 시간을 함께 고려하는 거고, 이와 관련하여 이후 TDT(thermal damage time)라는 개념이 함께 쓰이게 됩니다.
TRT: 타겟 자체가 식는 데 걸리는 시간
TDT: 발색단에서 발생한 열이 확산되어 타겟까지 손상을 입히는 데 걸리는 시간
좀 tmi를 얘기한 것 같은데.. 결국 이 모든 걸 얘기한 이유가 곧 등장합니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단순화하면
melanin의 laser absorption → heat generation → thermal diffusion → 주변 follicular structure 손상
이라는 과정인 거고, 여기서
“아 그러면 melanin에서 발생한 열을 bulge까지 전달해서 bulge의 stem cell을 파괴하면 제모가 되는 거구나!”
가 전통적인 모델인 것입니다.
[본론으로 들어가며..]
그렇다면 “정말 bulge stem cell을 직접 파괴하는 것이 제모에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가 오늘 제가 묻고자 하는 바입니다. 이 부분이 생각보다 명확하게 증명되어 있지가 않습니다.. 관련 논문들을 다루어보겠습니다.
Orringer et al.이 2006년 JAAD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레이저 제모 후 인간 모낭을 면역조직화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단회 레이저 조사 후 여러 시점에서 시행한 연속 생검에서, hair shaft는 열변성 되었지만 bulge를 포함한 모낭의 상당 부분에서 면역염색 양상은 대체로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론 특정 파라미터를 사용한 단회 시술 후의 급성기 면역조직화학적 변화만 다룬 거고, 면역염색 양상의 유지가 기능적 보존과 동일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bulge stem cell은 제모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만.. 이 정도 질문은 해볼 수 있겠습니다.
임상적인 hair reduction이 반드시 bulge stem cell의 직접적인 조직학적 파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참고로 이 논문 저자들의 결론 자체가 "레이저 제모가 모낭 줄기세포의 명백한 파괴를 통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이들 세포의 기능적 변화를 포함한 다른 기전이 임상적 효과의 기반일 수 있다" 입니다..)
즉, 전통적인 “bulge stem cell destruction = permanent hair removal”이라는 모델만으로는 실제 현상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더 있는데, Chiu et al.이 2022년 Lasers in Surgery and Medicine에 발표한 연구를 보겠습니다. (다만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mouse입니다..) Anagen 모낭에 조사한 경우 다음 anagen에서 hair miniaturization이 나타났는데, 조직학적으로는 precortex 부위의 멜라닌 함유세포가 열손상을 받았고, 그에 인접한 dermal papilla 세포에서 thermal diffusion에 의한 괴사가 확인되었습니다. DP 세포는 약 24% 감소했는데, FACS로 정량한 bulge stem cell 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mouse에서 bulge 마커로 쓰이는 CD34는, 사람에서는 앞서 bulge의 하한으로 잡았던 arrector pili m. 부착부보다 아래쪽 ORS를 표지합니다. 반대로 CK15는 그 부착부보다 위쪽을 표지하고요. 즉 같은 마커가 종에 따라 다른 자리를 가리키는 셈이라, 이 결과를 그대로 사람에 옮기기는 어렵긴 합니다.. 그래도 이 결과는 최소한 하나의 가능성 정도는 보여줍니다.
Bulge stem cell 수의 유의한 감소 없이도, dermal papilla 같은 다른 compartment의 손상만으로 다음 hair cycle에서 모발의 크기가 달라질 수도..?
물론 이 연구 하나만으로 갑자기 “dermal papilla가 레이저 제모의 진짜 target이다”라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모의 target을 하나의 구조물로만 특정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실제로 모낭에는 아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여러 functional compartment가 존재합니다. Bulge/stem-cell compartment, matrix, dermal papilla, dermal sheath 및 주변 follicular microenvironment까지.. 따라서 레이저 제모 역시 이 중 하나만 독립적으로 파괴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melanin을 발색단으로 하여 발생한 열이 모낭 내 여러 구조물에 서로 다른 정도의 thermal injury를 유발하고, 그 결과 모낭의 재생 능력과 hair cycling이 장기적으로 억제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괴”에 집착할 필요가 없는 게, 애초에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임상적 endpoint 자체가 조직학적 파괴가 아닙니다. 미국 FDA의 510(k) Indications for Use에는 “permanent hair reduction”을 “치료 요법 완료 후 6/9/12개월 시점에 측정했을 때 재성장하는 모발 수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감소”로 규정하는 문구가 표준적으로 들어갑니다. 치료 부위 모발의 완전한 제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단서도 통상 함께 붙고요.

(사실 그래서 제모 기계 회사도 FDA approved라고 할 게 아니라 FDA 510(k) cleared라고 해야되는데 이건 딴 얘기라 말을 줄입니다..)
따라서 레이저 제모의 효과 역시 “특정 구조 하나를 완전히 파괴한다”는 모델보다는, 여러 follicular compartment에 발생하는 thermal injury와 그에 따른 follicular regeneration 및 hair cycle의 장기적인 억제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의 결론은 무엇이냐?
핵심 target을 하나로만 특정하지 말자! ㅎㅎ..
즉 기존의 아주 단순한 설명,
melanin의 laser absorption → follicle destruction → hair removal
을 조금 더 정교하게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melanin-containing structure의 laser energy absorption
→ thermal injury + thermal diffusion
→ 여러 follicular compartment에 thermal injury
→ matrix, dermal papilla, stem-cell compartment 등의 기능 변화
→ hair regeneration 및 정상적인 anagen cycling의 억제
→ long-term/permanent hair reduction
이렇게 말이죠..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지만..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을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작성해본 글이었습니다.. 물론 더 나은 효과를 위해 어떻게 파라미터를 조정하면 좋을지, 펄스폭부터 플루언스, 스팟 직경 등 실제로 더 유익한 얘기들도 궁금하시겠죠! 그래서 그건 2편에서 다뤄보겠습니다.. ㅎㅎ..
References
Anderson RR, Parrish JA. Selective photothermolysis: precise microsurgery by selective absorption of pulsed radiation. Science. 1983;220(4596):524-527. (PMID 6836297)
Altshuler GB, et al. Extended theory of selective photothermolysis. Lasers Surg Med. 2001;29(5):416-432. (PMID 11891730)
Ohyama M, et al. Characterization and isolation of stem cell-enriched human hair follicle bulge cells. J Clin Invest. 2006;116(1):249-260. (PMID 16395407)
Orringer JS, et al. The effects of laser-mediated hair removal on immunohistochemical staining properties of hair follicles. J Am Acad Dermatol. 2006;55(3):402-407. (PMID 16908343)
Poblet E, et al. The immunohistochemical expression of CD34 in human hair follicles: a comparative study with the bulge marker CK15. Clin Exp Dermatol. 2006;31(6):807-812. (PMID 16981909)
Rahmani W, et al. Hair follicle dermal stem cells regenerate the dermal sheath, repopulate the dermal papilla, and modulate hair type. Dev Cell. 2014;31(5):543-558. (PMID 25465495)
Geyfman M, et al. Resting no more: re-defining telogen, the maintenance stage of the hair growth cycle. Biol Rev Camb Philos Soc. 2015;90(4):1179-1196. (PMID 25410793)
Chiu HY, et al. Depilatory laser miniaturizes hair by inducing bystander dermal papilla cell necrosis through thermal diffusion. Lasers Surg Med. 2022;54(6):916-927. (PMID 35289409)
U.S. FDA 510(k) summary documents (e.g., K180353, K192735). https://www.accessdata.fda.gov. "Permanent hair reduction" 관련 Indications for Use 문구. 2026년 9월 3일 확인.







